프롤로그
클래퍼보드의 소리가 울린다.
그것은 시작의 신호다.
인간은 사람이 창조한 작품에 감정을 동요하며, 기쁨도 분노도 슬픔도 즐거움도 향유한다.
최고의 작품에는 신이 깃든다. 인간이 신을 깃들게 하는 것을 신들림이라 불렀다.
신들린 창조에 인간은 감동을 일으키고, 커다란 충동을 심어주게 될것이다.
방대한 시간과 열량을 가지고 있던 그것은 모든 사고를 태워버릴 것만 같은 작열로,
점차 그것은 한가지의 목적을 위해 수렴되어간다.
분노도 기쁨도 증오도, 무엇이든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정적이 찾아온다.
천개는 칠흑에 물들고, 종말을 알리는 경보음이 지평선 너머까지 울려가며, 그리고 마지막 막이 오른다.
이것은 인간의 창작에 의해서, 신을 끌어내기 위한 우리들 나름의 도전입니다.
1.0
움직이게 된 감정, 살아 숨쉬는 이 사고도
언젠가는 끝나게 되고, 그로부터...
2.Encounter
의식이 차단되어, 감각 밖에는 예리하지 못했다.
나는 태어난 아기처럼 울고, 오열하고, 손 끝이, 발톱 끝이,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가슴의 웅성임이 안정되지 않는다. 심장의 고동은 빨라지고, 나를 둘러싼 주위 환경이 급속히 열을 가진 것 처럼 녹다가, 나 그 자체를 태워버리는 것 같은,
그런 감각에 빠졌다.
이 감각의 정체를 나는 알고 있다. 얼어붙은 얼음을 녹이고, 지옥의 업화에 타오르고도, 그 몸을 멸해도 신경쓰지 않는 깊은 기도였다.
3.최초의 흰색(最初の白)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새하얀 세계는, 나를 집어삼길것만 같은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새하얀 세계에서 유일하게, 흰색이 아닌 나는 이단으로 배척받을 존재이다.모든것이 순수하고, 현란하고, 평등하게 덮여진다.
나의 존재는 증명할 겨를도 없이 사라져버려, 나로써의 삶도 죽음도 아름다운 흰색으로 덮어씌워진다.
이야기는 드디어 막을 올려, 극채색의 세계로 데려가주겠지.
4.Reminiscence
마치 꿈과도 같았다.
현실감을 따라가지 않는 환상만이 이 세계를 모형짓고 있어서, 자신의 존재조차 세계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몰입감이 그곳에 있었다.
지금부터 체험할 것의 무수한 감동이 응축하고, 한번에 그것을 받아들인것 같은, 그런 기분이 좋고 이로 인한 잔혹한 체험에, 나는 떨렸다.
그것은 사람을 바꿔버리기에게는 필요하기 그지없는 감동이며, 그리고, 나는 그 이상의 감동을 누릴 수 없는 현실에 어찌 할 방법이 없어졌다.
5.한순간(一瞬)
온통 둘러진 실이 뽑아져, 몽환으로 생각되었던 현실이 수렴되어간다.
무언가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무언가가 시작된 것 같은, 그런 한순간의 일이였다.
응축된 시간 속에서 나는 그녀의 잔재를 엿보았다.
어쩌지도 못하고 좁히지 못한 차이를 느끼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착각에 빠졌다.
6.E_ffect Line
명확히 선이 그어진 그것을 난 조용히 보고 있다. 호기심과 가능성을 지닌 그것은 감정을 끄집어낸다.
무의식화에 창조된 감정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영향을 주어가는 병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내가 받아오고 있던 감동을, 창조된 감동을 증오해버릴 것이다.
7.Entorevolution
분명 지금부터 볼 영화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작품일 것이다.
경보가 울리고, 세계는 암전되어,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줄 것이다.
이 찰나같은 순간에 모든것은 재구성되어 여기에 있는 나는 내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것이 기쁘고, 허전하기도 하다.
8.Krach
새빨간 스크린, 쓸쓸한 신사의 풍경, 관중은 감정을 돋구세워 박수치며 공포에 잠긴다.
감정을 다루고, 감동을 주고, 존재를 뒤흔들고, 인간의 모습을 형성한다.
아아, 나는 깨닫고 만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진 인형인 것을. 나를 구성하는 뼈의 앞까지 하얗고, 무뎌진 모조품이였단 사실을.
세계를 비추는 빛은 닫히고, 암전하고, 재편되면서, 느긋하게 부서져간다.
9.최후(最後)
달의 바다가 나의 몸을 적시고, 이 세계에 태어나 만들어진 불사의 영약은, 살을, 뼈를, 감정까지 녹여갈것이다.
희극이며, 비극이며, 애증극이기도 하고, 이 불안정하고 확실한 것에 어깨를 붙이고는,
절대적이기도, 운명적이기도, 필연적이기도 해서, 감미로운 운명,망상에 손을 뻗었던 곳에서,
모두, 모두, 통솔해서, 그녀가 의도한 대로의 결말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에 화답하듯, 나는 그녀의 실을 끌지 않으면 안된다.
영원이라고 생각한 시간이 잠시동안 환산되어, 이 창조는 드디어 막을 내린다.
불완전하며 완전하고, 달콤하고 극약한 날들에 끝을 고하고, 불타오르는 격정과 차갑게 식은 이 몸을 그녀에게 바친다.
10.-2
그녀가 2라고 말하면, 과대평가해도 1에도 못 미칠 것이다.
그녀의 창작물은 살아있고, 무기물이고, 이 세계를 감싼 모든 것, 삼라만상이기도 하다.
그 삼라망상에 닫을 때, 사람들은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리고 즐거워했다.
그것이 창작의 힘이라고, 동시에 그것이 창작이 주는 최대역량일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그녀는 그것을 휙 하고 뒤집어버렸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감동을 축으로, 인간의 존엄을 흔들고, 형용하고, 변혁시키고, 창작하였다.
말 그대로 신이 걸린듯한 창작을 해보였다.
그래서 난 생각하였다. 그녀의 창작을 흉내내고 싶다고.
우리들이 만들어낸 것은, 불사의 영약따윈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만들어낸 것은, 바꿀수 없는 현실과 모조품의 환상이였을지도 모른다.
알아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만들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우리들 인간은 그런 생물이므로,
창작이라는 저주는 분명 평생 곁에서 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걸로 됐다, 라고 난 말하였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인간 자체를 바꿔버리는 약.
그것이 우리들에겐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가능하다면 우리는 만들어간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부터 이끌 창작의 최대 이유이며 최대의 죄다.